법정서 자백 부인하는 피고인 구형량 높인다 ~ "사실상 플리바게닝" "비자발적 자백은 위증"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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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자백 부인하는 피고인 구형량 높인다 ~ "사실상 플리바게닝" "비자발적 자백은 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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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2-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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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자백 부인하는 피고인 구형량 높인다

검찰, 공판대응 매뉴얼·지침 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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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하고서도 법정에서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구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올해부터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배제돼 피고인이 법정에서 쉽게 번복할 수 있게 되면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피의자·피고인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검찰총장 김오수)은 최근 검사 작성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따른 공판대응 매뉴얼과 관련 지침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전파했다. 매뉴얼에는 구형량 가중 내용을 담은 공판카드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신조서 증거능력 배제된 이후 법정 번복에 대응

검찰에서는 통상 수사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할 때 공판검사에게 구형의견을 서면으로 전달한다. 이 구형의견이 담긴 공판카드는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등 결재과정을 거치는데 구형량은 대개 하나만 적힌다. 수사검사가 자백이나 합의 여부에 따른 복수 구형의견을 자율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있고, 공판 기간에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공판검사가 구형량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흔치는 않다.

대검이 새로 마련한 매뉴얼에 따르면, 앞으로 수사검사는 원칙적으로 두 갈래 구형의견을 공판검사에게 전달한다. 수사단계에서 자백한 피의자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하면 구형을 높이고, 자백하지 않던 피의자가 법정에서 자복하면 구형을 낮추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일종의 '조건부 구형'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사단계에서 자백한 피의자에 대해 수사검사는 징역 1년의 구형의견을 내면서, 만약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할 경우 징역 2년을 구형해달라는 의견을 병기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수사단계에서 자백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의 구형의견을 내면서, 만약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할 경우 징역 1년을 구형해달라는 의견을 병기하는 식이다.

수사 검사가 두 갈래 구형의견 공판검사에게 전달

이 같은 변화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이후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꼽히는 여러 명이 연계된 복합범죄나 공범이 많은 사건에서 검찰의 핵심 무기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2조는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죄를 자복했을 때에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헌법상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 받으므로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에 대해 양형을 가중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면서도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피고인이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를 해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2001192 ).

"검찰서 한 자백 강제하는 것" "방어권 위축 우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으로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했던 자백을 법정에서 번복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할 유인 요소는 줄었다"면서 "자백 번복 사건이 늘면 형사재판이 장기화되고, 무죄율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자백하는 경우와 부인하는 경우 구형에 차등을 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이 자백에 대해 엄격한 임의성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피신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면서 급해진 검찰이 피의자·피고인의 권리 침해 소지가 높은 방식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이 같은 구형 지침 등은 검찰 단계에서 한 자백을 끝까지 부인하지 말라고 사실상 강제하는 것과 다름 없어 피의자·피고인의 처지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어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고, 피의자·피고인에 따라서는 실제로 죄가 없음에도 자백해 형량을 거래하려는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자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고 조서재판에서 탈피해야 한다.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압박보다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플리바게닝" "비자발적 자백은 위증" 비판도

사실상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형사절차상 피고인은 자신의 방어권에 기해 거짓진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자발적이지 않은 자백은 위법증거이거나 형량거래"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다른 로스쿨 교수는 "자백 여부는 양형요소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나쁘게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새로운 매뉴얼에는 쟁점이 많아 복잡한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가 별도의 혐의 입증계획서를 작성해 공판부에 전달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형사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수사검사가 공판부에 대응방안을 사전에 전달하도록 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포렌식 과정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증거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을 할 경우에 대비해, 증인으로 출석할 포렌식 요원을 미리 특정해 공판검사가 적시에 반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사법률신문 보도국 klawdai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