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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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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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04-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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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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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국 장영식 취재부장
 

원래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로 인해 외면당할 수 있는 정치적 다양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지역구 선거는 그 지역 내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가진 인물에게 유리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중성과 거리가 먼 분야의 전문가나 정치초년생들은 국회에 진입하기 어렵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당에 투표해서 그 비례만큼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인 현행 선거법에서 비례대표제는 단점도 많았지만 대체로 그 역할을 해왔다.

지금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만들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제도에서 비례의석을 75석으로 대폭 늘리고, 그 비례대표를 각 지역의 권역별 투표를 통해 뽑는 제도다. 이렇게 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석패율을 뒤섞어 놓아 연동형으로 비례대표가 뽑히기 때문에 각 지역 1위를 해서 소선거구에서 당선된 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중 소선거구가 아닌 권역에서 정당득표가 많은 쪽에서 의석을 갖게 되어있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에서는 비례대표를 당선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까지만 보면 '거대양당체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양당체제에서 소외당하는 소수정당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투표에서 1위를 하지 못하는 정당, 특히 어떤 지역에서도 1위를 내지 못하는 그룹에서 가장 조직력이 강한 정당을 위한 제도다.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로 의석을 갖지 못하는 조직력이 탄탄한 소수정당이 비례대표의석을 거대 여야 정당이 먹지 못하게 규제를 해놓고, 그 자리를 자신이 독식하는 제도다. 거대정당을 떼놓고 보면, 사실상 중소형 정당들 속에서 특정 소수정당의 독과점 체제를 만든게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래 동안 선거와 정책 공조를 해온 진보정당이 큰 수혜를 입기 때문에 설사 자신들이 의석을 조금 잃어도 그보다 더 많은 부분을 진보계가 차지해 불리함이 덜하다. 그렇지만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보수끼리도 공조가 안 되는 마당이기도 하지만, 각 지역, 권역별로 조직력이 탄탄한 보수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반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진짜 피해자는 바로 지역 색이 얕은 중도 정당들이다. 국민의당 세력 입장에서는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들, 특히 중도나 개혁을 자처하는 세력에게는 소선거구는 파이가 더 줄어들어 자신들이 강점을 보이는 몇 안 되는 지역의 경쟁이 더 극심해져 더욱 선거가 어려워지고, 비례대표는 정당명부가 아닌 권역별 차석이 가져가기 때문에 조직력이 강한 친 노조정당이나 지역정당이 독식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의석을 갖기 매우 힘든 구조다.

문제는 의회제도에서 신생정당들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정치진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특정 조직 (거대 노조)의 정치적 입김이 매우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제의 본 취지인 정치적 다양성과 전문성은 발을 붙이기 더 어렵게 되어있다.

비례대표제의 본 취지가 무시되고 특정 소수정당의 정치공학에 따라 이상한 괴물처럼 덕지덕지 뼈와 살이 빠지고 더해진 게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 셈이다. 이걸 자유한국당 물 먹일 수 있다고 좋아 하는데, 조직적 이익을 사회적 공익보다 더 중시하는 집단이 정치에 힘을 더 발휘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점에서 오히려 집권세력에게도 그 견제세력에게도 큰 해악을 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