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총선 전에 ‘오거돈 사건’ 터졌다면......오거돈 시장의 성범죄,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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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총선 전에 ‘오거돈 사건’ 터졌다면......오거돈 시장의 성범죄,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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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04-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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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총선 전에 오거돈 사건터졌다면......

오거돈 시장의 성범죄,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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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범죄 행위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를 성폭행해 실형을 살고 있는데도 같은 광역단체장으로서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버젓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f2afd2ab7ca5c7992bafa4df02b0e0ea_1587864906_4206.png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오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문을 보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오 시장은 자신의 행위를 면담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라니, 피해자가 받은 고통에 대한 죄의식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피해자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는 여느 사람들과 같이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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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또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대속을 하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34기 과정을 거쳐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해내고 싶었다.”는 말에서는 자기 연민만 묻어났지 피해자의 관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 시장의 범죄는 성폭력처벌법 10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정확히 해당한다. 게다가 성추행 이후 주변 사람을 동원해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다고 한다. 성폭력 범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차 가해의 전형이다. 오 시장은 피해자의 시장직 사퇴요구를 받고도 미적거리다가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뒤에야 부랴부랴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의 용기가 없었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임기를 이어갔을 것 아닌가.

광역단체장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만 놓고 보자면, 오거돈 시장은 안희정 도지사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아무런 경각심도 없었다는 말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두 사람 모두 너무도 판박이로 업무상 위력(威力)’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위력이란 상대방을 압도할 만큼 강한 힘이다. 피해 여성을 밀폐된 공간에 가둬놓거나, 의자에 묶어놓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인사권을 쥔, 직장 내 최고위 상사였다는 점에서 가둬 놓거나 묶어 놓은 것 이상으로 심리적 강제력을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오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서둘러 사과 성명을 내고 그를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오 시장의 사퇴나 제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2013년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의 친고죄조항이 삭제됐으니,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은 당장 수사에 나서 오 시장을 기소해야 마땅하다. 피해자 회유 행위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여권 주요 인사인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사퇴를 약속하고 공증까지 했던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혀 몰랐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이 지난 47일 화요일에 일어났는데 만약 총선을 일주일 앞둔 주말에 오거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경합지역은 물론, 지역구에 따라 젊은 여성 유권자를 포함한 수천 장의 투표용지에 지지정당 기표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부산시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큰 기대를 안고 23년 만에 지방권력을 바꾼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도망치듯 쫓겨났는데 민주당이 보궐선거 후보를 낸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으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무공천' 수준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민심이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경배 기자 klawdaily@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