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두환도 국가장 해주나요?”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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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전두환도 국가장 해주나요?”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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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0-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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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전두환도 국가장 해주나요?”말문이 막혔다

 

[노태우 국가장, 말문 막힌 광주]
5·18 배운 6학년들도 질문 세례
난감한 교사 아들이 한 사과
진정한 사과가 맞냐고 묻더라
광주 교사들 국가장 철회성명
광주 등 교육감 10명 장례위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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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27일 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선생님, 노태우한테 국가장을 해주면 전두환도 해줘야 하나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광주광역시 극락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백성동씨는 28일 오전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이런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백씨는 지난 1학기 때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뤘다.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초등 사회 국정교과서에는 광주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전두환은 시위를 진압할 계엄군을 광주에 보냈다. 이들은 시민들과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며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적혀 있다. 백씨는 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5·18 민주화운동이 4·19혁명, 6월 민주항쟁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 운동이라는 점, 민주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상규명이라는 점 등을 가르쳤다.

하지만 전날 정부가 계엄군을 투입한 신군부 세력의 또다른 핵심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다고 발표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학생들이 추모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학생은 당사자도 아니고 아들이 사과를 한 건데 이게 진정한 사과가 맞나요?’라고 묻기도 하더군요.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참 어이가 없습니다.”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광주 지역 교사들도 국가장 철회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는 27일 성명서를 내어 “5·18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각종 왜곡과 음해가 넘쳐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태우는 살아서 어떤 직접적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부는 이어 광주의 교사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주권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와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쿠데타 세력에 맞서 헌정 수호를 위해 노력하였던 광주시민의 역사를 가르쳐왔다학생들이 쿠데타와 내란, 광주학살의 주범이 국가장으로 예우받는 상황에 대해 질문할 때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교사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광주 봉산중 역사교사 박성민씨는 광주 학생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지역의 역사이자 바로 이웃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과오와 성과를 같이 보기 때문에 노태우 정권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이며 노씨가 5·18 시민학살에 관여된 인물이라고 가르치면서 동시에 북방외교, 남북 유엔(UN) 동시 가입 등 성과도 같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과가 과오를 덮을 수 없다는 게 광주의 민심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 별량중에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과거에 대한 역사적 청산, 진상규명, 사과, 그리고 용서·화해가 이뤄져야만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이런 단계를 다 생략한 채 단지 고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장을 결정해버리면 교사들이 역사 수업시간에 매번 해왔던 이야기들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오는 30일까지인 노씨에 대한 국가장 기간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전날 광주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조기 게양과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장휘국 광주교육감을 포함해 10(전남 장석웅, 서울 조희연, 인천 도성훈, 울산 노옥희, 세종 최교진, 강원 민병희, 충북 김병우, 전북 김승환, 제주 이석문)의 교육감이 노태우씨의 국가장 장례위원 참여를 거부했다.

시사법률신문 보도국 klawdai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