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정치적 이용 안 돼…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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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정치적 이용 안 돼…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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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1-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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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정치적 이용 안 돼

국가장 결정해놓고 대통령 조문 안한건 모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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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오른쪽)씨가 20211027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인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지난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는 우리 현대사의 상처와 책임, 용서·화합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책임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지만, 5·18 단체 등에서는 시민 학살한 책임을 덮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장(), 조기(弔旗) 게양을 놓고도 민심은 갈렸다. 그렇기 때문에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67)씨의 노 전 대통령 조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당시 시민군을 이끌다 계엄군에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3년간 복역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27일 노 전 대통령 빈소에서 유족들 손을 잡아주며 이제 하나가 된 대한민국을 위해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29일 광주로 다시 내려갈 채비를 하던 그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뉴스가 나가고 여기저기서 전화 200통을 넘게 받았다. 대부분 수고했다’ ‘잘했다는 격려였다. 항의나 욕은 거의 없었다. (그는 31일 통화에서 주말 새 80여 통을 더 받았다고 했다.) 물론 5·18 유가족과 부상자들 가운데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비난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분들의 한()과 분노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5·18 당시 폭도대장으로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동생은 곤봉에 맞아 팔·다리·갈비뼈·코 다 부러졌다. 부상자·유가족 4500여명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사죄 뜻을 밝힌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이제는 화합·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단된 나라가 통일되기는커녕 지금 지역·정파·계층으로 나뉘어 더 갈등하고 싸우고 있지 않나. 이런 내 뜻에 공감하는 광주 사람들도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용서는 피해자가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칠 때 시작되는 거 아닌가. 40년 가까이 그런 일이 없었는데, 신군부 일원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19년부터 아들 노재헌씨를 세 번이나 광주에 보내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한참 늦었고, 아들을 통한 대리 사과이지만 그런 부분은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미안하다고 한다고 해서 잘못이 다 없어질 수는 없지만, 용서를 비는데 받아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다른 당사자들도 죽기 전에 결자해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노씨가 처음 광주에 왔을 때 나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했는데 만나지 않았다. 두 번째부터 만났는데 나는 아들이 와서 사죄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직접 와서 육성(肉聲)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계속 누워 있고 필담 겨우 하는 정도라고 하더라. 병상에서 끌고 내려오라고 할 순 없지 않나. 노씨는 그 후에도 계속 내려왔다. 5·18 행사 때 쓱 참배하고 가버리는 정치인들보다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 마지막 만났을 때 노씨에게 5·18 기념 배지를 달아주면서 ‘5·18 정신 꼭 기억해라. 그리고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찾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