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소 후 참고인조서’ 증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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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소 후 참고인조서’ 증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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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12-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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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소 후 참고인조서증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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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시작된 이후 검사가 참고인을 불러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조서를 만들었다면, 이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재판부도 해당 판례를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정 교수에 대한 재판이 주목된다. 검찰이 정 교수를 최초 기소한 이후 받은 참고인 진술 상당수가 증거능력을 부인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23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이동율(6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고향 후배인 이씨는 2007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서울 양재동 복합 유통센터 인허가 알선 경비 명목으로 파이시티 전 대표 A씨로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총 5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A씨로부터 받은 돈이 최 전 위원장에게 단순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씨가 독자적인 로비 명목으로 받은 것인지가 재판 쟁점이었다. 1심은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네지는 돈의 '단순전달자'였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게 받은 55천만 원 가운데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받은 4억 원은 최 전 위원장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로비를 벌이고자 받은 것으로 인정해 이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재판 결과를 또 한 번 뒤집었다. 이씨의 유죄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A씨의 검찰 진술조서 및 법정 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검찰은 1심에서 이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항소심 첫 재판 하루 전날 A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진술조서를 받았다. 이씨가 돈의 단순전달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법정에서도 검찰에서 진술한 대로 이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1심 무죄 판결 이후 수사기관이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된 사람을 일방적으로 소환 조사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대등한 지위의 검사가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드는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에 반할 뿐 아니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검찰과 피고인은 법정에서 대등한 지위로 다퉈야 하며, 검찰이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참고인이 법정에서 한 증언에 대해서도 "진술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에 수사기관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대법원 판결은 최근 정 교수의 재판부가 법정에서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에 해당 대법원 판결이 새로 나온 점을 언급하며 "증거 제출 시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가 판례 주요 부분을 읽으며 "수사기관의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만드는 것",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강조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지난 96일 딸의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정 교수를 처음 기소한 이후 추가 수집한 증거들을 무더기로 기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송 부장판사가 해당 판례를 언급한 만큼 검찰이 최초 기소한 이후 얻은 관련 진술 조서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미 기소한 사문서위조 혐의와 관련해 추가 증거를 수집한 것이 아니다"라며 "별도의 추가 혐의를 수사하던 중 얻은 진술 등은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경배 기자 klawdaily@naver.com